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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끝내 이루어지지 못한 첫 사랑은 더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 것일까?
넷플릭스에서 에피소드 하나만 봐야지 하는 다짐은 왜 못지켜지는 걸까?
시험을 치고 나면 암기했던 게 하나도 기억이 안난다?
여기에는 자이가닉 효과 (Zeigarnik Effect)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완료되지 못했거나 중간에 중단된 작업을 완료된 작업보다 더 잘 기억하는 것을 자기가닉효과라고 한다.
이 글에서는 자이가닉 효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원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이가닉 효과를 활용하는 방법까지 살펴보고자 한다.
자이가닉 효과의 발견
1920년대 베를린에서 심리학자 쿠르트 레빈(사회 심리학의 창시자)을 비롯한 여러 동료들이 식당을 방문했다.
그들은 메모도 하지 않았는데도 그 많은 주문을 실수 없이 외우는 한 레스토랑 웨이터를 보고 놀라워했다. 식사 후 동료 중 한 명이 나중에 잊어버린 물건을 찾으러 식당을 다시 찾았을 때 웨이터는 그를 알아보지 못했고 그가 어디에 앉아 있었는지 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이를 계기로 쿠르트 레빈과 그의 제자 블루마 자이가닉은 완료된 작업과 완료되지 않은 작업 사이에 기억력에 차이가 있는지 의문을 품게 되었다.
자이가닉은 피실험자들에게 일련의 과제를 부여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피실험자 절반에게는 과제를 완료하게 하고 나머지 참가자는 과제 완료 전에 중단시켰다.
나중에 참가자들에게 자신이 수행한 작업을 기억하는지 확인했을 때 작업을 중단당한 참가자들은 작업을 완료한 참가자들보다 자신이 수행한 작업을 기억할 확률이 약 2배 더 높았다.
이 실험을 통해 자이가닉은 사람들이 완료된 작업보다 미완성된 작업을 더 잘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 효과는 연구자의 이름을 따서 자이가닉 효과라고 불려졌다.
자이가닉 실험 자세히 보기
자이가닉 효과에 대한 실험에서 자이가닉(1927)은 참가자들에게 15~22개 사이의 일련의 과제를 완수하도록 요청했다. 그중에는 구슬을 꿰는 것과 같은 촉각 과제도 있었고, 퍼즐을 푸는 것과 같은 정신적 능력을 적용하는 과제도 있었다. 자이가닉은 참가자 중 절반에게는 과제를 완료하도록 허용하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도중에 중단하고 다른 과제로 넘어가도록 요청했다.
자이가닉은 피험자의 시야에서 과제를 제거한 후 한 시간 정도 기다린 후 참가자들에게 자신이 참여했던 활동을 기억해 보라고 요청했다. 예를 들어, 첫 번째 실험에서 자이가닉은 성인 32명에게 실 감기, 종이 접기, 곱하기, 그림 그리기, 거꾸로 세기 등 22개의 과제를 제시했다. 이 과제는 3~5분 정도 소요되도록 설계되었으며, 환자가 과제에 "가장 몰입"할 때 중단되었다.
자이가닉의 초기 연구는 그녀의 초기 가설을 확인했다. 자이가닉은 이러한 실험을 네 차례 실시했다. 그녀가 주요 실험으로 간주한 첫 번째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을 개별적으로 테스트했는데, 참가자들이 기억하는 미완성 과제(미완)의 수가 완료한 과제(완료)의 수보다 훨씬 더 많았다. 실제로 참가자들은 완료된 과제보다 불완전한 과제를 기억할 확률이 두 배나 높았다. 그녀는 이 실험을 15명의 성인 개인과 47명의 성인 및 45명의 청소년 아동을 대상으로 그룹 상황에서 반복했고 이후에도 여러 후속실험을 진행했다.
자이가닉의 실험에서 발견한 내용들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시작할때 중단된 과제보다 중간이나 마지막에 중단된 과제가 회상 가능성이 더 높다.
- 불완전한 과제 기억이 높아진 이유는 ‘정신적 긴장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과제를 완료하면 긴장이 완화되어 더 이상 인지적 노력을 기울이지 않게 된다.)
- 높은 수준의 야망을 표현한 사람들이 평균수준의 야망을 가진 사람보다 불완전한한 과제를 기억할 확률이 높다.
- 불완전한 과제가 실패를 의미한다고 믿는 참가자가 그렇지 않은 참가자보다 불완전한 과제를 기억할 확률이 더 높았다.
자이가닉 효과는 왜 생기는 것일까?
기억에는 감각 기억, 단기 기억, 장기 기억의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우리 뇌는 오감으로부터 정보를 받아들이면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감각 기억에 저장한다. 감각 기억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 오감을 통해 받아들인 정보가 단기기억으로 이동하기 전에 일시적으로 저장되는 곳이다. 정보는 감각적으로 받아들여진 후 잊혀지거나 단기 기억으로 이동하며 일반적으로 단기기억에서 1분 미만으로 지속된 후 잊혀지거나 장기기억으로 이동한다.
반복을 통해 단기기억에 머무는 시간을 늘릴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자이가닉 효과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작업을 완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뇌는 그 지식을 반복하여 무의식적으로 정보를 단기 기억에 보관한다. 이러한 반복에 들어가는 노력은 인지적 긴장을 유발하여 불안과 집중력 저하를 초래하다가 작업이 완료되면 뇌는 반복을 멈추고 인지적 긴장을 풀어준다.
정보의 중요도에 따라 장기기억으로 이동하거나 완전히 잊혀질 수도 있다.
자이가닉 효과를 실제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TV 프로그램
집에서 좋아하는 넷플릭스를 시청하고 있다. 에피소드가 끝날 때 주인공이 위험에 처하거나 중요한 사건이 발생하는 등 아슬아슬한 장면에서 끝이 난다. 다음 회차를 보지 않을 수가 없다.
학습
시험 공부 학생들은 시험 전에 벼락치기 공부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시험이 끝나고 나면 배우고 암기한 내용을 모조리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학생의 뇌가 시험을 위해 학습한 정보를 더 이상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여 기억에서 제거하기 때문이다.
면접
면접을 마친 직후에는 면접에서 긍정적인 점보다는 면접 중에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채용된 후에는 이런 부정적인 생각은 모두 사라진다.
마케팅
마케팅에 적용된 자이가닉 효과 광고주들은 오랫동안 자이가닉 효과를 활용해 시청자들의 주의와 기억을 사로잡아 왔다.
예를 들어, Heimbach(1972)는 일련의 실험을 통해 중단된 광고가 시청자들에게 더 오래 기억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30분짜리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9개의 광고를 배치했는데, 그중 4개는 전체 내용을 보여주고 5개는 중간에 중단했다.
실험 결과, 참가자들은 중단된 광고를 더 잘 기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이가닉 효과의 활용
자이가닉 효과는 방해를 받거나 중단된 작업이 있을 때 발생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이가닉 효과를 의도적으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완료되지 않고 방치된 작업들이 뇌에서 계속 실행되고 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사람들이 항상 압도 당하고 쉽게 주의가 산만해진다.
우리 대부분은 생산적이고 성취감을 느끼기를 원하지만, 우리의 마음은 바쁨과 에너지 소비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성취한 것을 되돌아보고, 반성적이고 판단적으로 하루를 바라보는 대신 분석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아래는 자이가닉 효과를 잘 활용하기 위한 팁을 정리한 것이다.
- 일일 성취 목록을 작성하고, 장기적인 성취 목록도 유지하면 자신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 매일 하루가 끝날 때마다 수행한 작업을 검토한다.
- 계획에 없던 항목도 목록에 추가할 수 있다.
어떤 작가는 책을 쓸 때 빈페이지로 시작하지 않기 위해서 장이나 단락 또는 심지어 문장의 끝맺음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음날 중단했던 부분에서 글쓰기를 시작하면 말 그대로 단어가 튀어나온다며, 13권의 베트스셀러 쓰기의 비법으로 소개하고 있다.
끝맺지 못한 일들이 내 생각을 어지럽게 하고, 산만하게 만들도록 내버려 둘 것인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오히려 자이가닉 효과를 활용할 것인지는 각자의 선택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지, 그 선택의 결과가 우리의 습관과 삶의 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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